Sunday, January 02, 2005

중앙일보


중앙일보
9월 15일 2000년


한인감독 980불짜리 영화개봉

디지틀 카메라로 4일만에 촬영

'큐피드의 실수' 15.16일 선셋5 상영


한인 감독 강영만(34)씨가 초저예산으로 만든 장편영화 '큐피드의 실수'(Cupid's Mistake)가 15·16일 자정 래믈리즈 선셋 5에서 상영된다. '큐피드의 실수'는 여러 면에서 특이하다. 우선 제작비는 980달러. 할리웃의 평균 제작비가 7,000만달러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정말 영화 제작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의 액수다. 촬영기간은 4일. 원래 촬영은 3일에 끝냈지만 나중에 하루 더 보충촬영을 해 4일이 됐다. 아무리 독립영화가 힘을 얻는 시기라고 해도 자린고비 영화임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배급사는 있어 인디영화 배급사인 패드라 시네마가 맡았다. 980달러로 영화제작이 가능했던 이유는 디지틀 카메라 덕분. 94년 홍익대학교 미대를 졸업하고 뉴욕 스쿨에서 영화를 공부한 뒤 LA에서 광고를 제작하다 첫 장편영화에 손댄 강감독에게 넉넉한 제작비 마련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제작비 부담을 최소화시켜준 것은 디지틀 카메라였다. 디지틀 카메라는 촬영장비 대여과 필름 구입비를 절약시켜 준 것은 물론 덩치가 작아 이동이나 촬영에도 부담이 없었다. 실제로 그는 베니스 비치나 샌타모니카 프라머네이드 등 로케이션 장소의 촬영허가를 받지 않고 영화를 찍었다. 게릴라처럼 움직인 것이다. 초저예산이라는 점에서 이미 드러났지만 영화는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다. 강감독에 따르면 "가벼운 이야기다." 스토리는 4명의 남녀 사이에서 벌어지는 엇갈리는 연정. A는 B를 좋아하는데 B는 C를 좋아하고 C는 D를 좋아하는데 D는 A를 좋아하는 방식이다. 사랑을 고백했다 딱지맞는 형식이 약간의 변형을 통해 4번 반복된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재미있는 반전이 있다. 흥미로운 것은 대사가 모두 즉흥적이었다는 점. 강감독은 스토리의 윤곽만 잡고 대사는 모두 배우들에게 맡겼다. 강감독은 "대사를 완전히 일임하고 나니 연기가 더 자연스러웠다"고 평가했다. 그래서 하나 하나의 에피소드는 일종의 다큐멘터리 같다. 배우들이 실제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도 다큐멘터리 성격을 강하게 풍긴다. 배우들은 모두 낯이 익다. 한인 토야 조나 독일계인 수잰 페트리, 이태리계인 에버라도 길은 한인방송의 광고에서 이미 얼굴이 알려진 배우들이다. 우람한 근육을 자랑하는 일본계 켄 야수다가 낯이 선 정도. 다른 인종의 사랑이야기지만 인종적 장벽은 느껴지지 않는다. "다양한 인종은 전면으로 부각되지 않고 배경에 머물게 했다"는 것이 강감독의 설명이다. 래믈리즈 선셋 5의 주소는 8000 Sunset Blvd.(LA).
안유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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